짚풀생활사박물관

개요

건물명 : 짚풀생활사박물관
위치 : 서울시 종로구 명륜 2가 8-4
지역지구 : 일반주거지역
용도 : 박물관, 사무실, 주택
대지면적 : 263.9 m²
건축면적 : 156.96 m²
건폐율 : 59.48 %
연면적 : 807.42 m²
용적율 : 244.01 %
규모 : 지하 1층, 지상 7층
주요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설계소묘

건축주가 현암사에서 몇 권의 책을 낸 인연으로 작업이 시작되었다.

80평이 채 안되는 작은 대지에 처음에 계획한 집은 짚풀문화연구회 사무실, 연구실과 짚풀문화 교육공간, 임대사무실, 독립된 두 개의 주택이 빼곡히 들어가도록 되었고, 골조가 진행되는 단계에서 짚풀생활사박물관의 기능이 덧붙여졌다. 지하층과 1층을 연결하여 박물관으로 사용되도록 변경되어 새 집을 지으면서도 마치 리노베이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작업이었다.

좁은 골목길 안의 대지이나 북쪽으로 아파트 단지에 붙어 대학로 쪽으로 한 면이 열려있고, 대지를 따라 몇 그루의 큼직한 나무가 자라고 있다. 주변으로 3,4층의 다가구 주택이 들어서 있고, 언제 새 건물로 바뀔지 모르겠지만 동쪽으로 한옥이 한 채 남아있다. 주어진 대지에 가능한 큰 집을 지으려 하니 덩치는 주변건물보다 조금 더 커지고, 골목길, 아파트 단지, 한옥에 면한 부분은 밖으로 어떻게 열어 놓을 것인지, 또 보여 질 것인가를 생각해야 했다.
입구마당을 3층 높이의 나무 널 무늬 콘크리트 박스로 만들어 골목길에 들어서면 곧바로 보이게 만들었다. 방문객을 박물관, 문화공간으로 이끌며 정중하게 받아들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박물관 규모에 비하여 대조적인 스케일로 지하 전시실 앞의 선큰가든과 함께 여유 있는 문화공간의 느낌을 만들어 주도록 하였다. 아파트단지 쪽으로 불규칙하게 휘어진 대지 경계선이 만드는 일조권 사선제한 덕으로 선큰가든 위의 하늘을 넉넉히 열어줄 수 있었고, 건물 최상부 벽을 혜화동로타리에서 잘 보이는 각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박물관 이름이 붙게 되었다.

박물관에 들러 짚풀문화와 관련된 전시물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도심 속의 편안한 쉼터, 다양한 느낌이 있는 집으로 만들고 싶었다. 1층과 지하층 실내 공간 전체를 박물관 전시실로 쓰고, 건물 양쪽으로 외부 계단을 만들어 위아래 층을 연결하였다. 전시장과 짚풀문화 교육장소로 사용되어야 하는 이유로 지하 전시실의 실내공간을 융통성 있게 사용될 수 있는 넓은 홀로 만들고 선큰가든의 마당으로 이어지게 하여 지하공간이지만 시원하게 외부가 잘 느껴지게 만들었다. 지하로 쑥 들어간 이유로 주위의 번잡함과 시끄러운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짚풀생활사박물관의 전시물은 습기와 관람자의 손으로 쉽게 손상될 수 있는 소재여서 보존 가치가 높은 상설전시물들은 모두 유리벽 안에 들어가도록 하였고, 홀 안의 전시대는 쉽게 이동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50가지가 넘는 짚풀작업 재료를 쉽게 정리하고,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는 전시방법으로 몇 개의 유리벽을 여닫이문이 연이어 달려있는 모습으로 만들어 재료들을 매달아 놓았다. 전시물 받침은 한 면을 없앤 30cm 각의 정육면체 박스를 여럿 만들어 쌓아놓아 박스 위와 안으로 크고 작은 전시물을 놓을 수 있게 하였다.
박물관 위 아래층을 오르내리는 두 계단은 1층 입구 홀과 선큰가든으로 연결되어 건물을 감싸며 순환하는 동선을 만든다. 산동네의 골목길과 같이 오르내리며, 좁고 넓고, 낮고 높은 공간의 경험이 연속되는 곳이고 하늘로 열린 좁은 틈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종석몰탈 긁어내기 마감의 벽이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다. 그 흐름은 콘크리트 박스 속에 놓여진 상층부의 계단으로 이어져, 한편으로는 한옥을 보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커다란 입구마당을 내려다보며 올라가게 된다. 외부로 나온 계단은 건물외벽을 감싸고돌며 주택입구에 이르고, 주택 내부에서도 3층 높이의 열린 공간 속의 계단으로 연속되어 옥상정원까지 이어지는 긴 흐름을 만든다. 다양한 풍경이 보이는 수직의 통로에 열린마당, 열린 공간들이 늘어서 붙어있는 모습이다.

선큰가든에서 계단이 시작되는 곳은 넓게 만들어져 단체로 방문한 유치원생이나, 작은 그룹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수업도 할 수 있는 야외교실이 된다. 1층 전시실에서 선큰가든 상부를 가로질러 나오는 두개의 발코니는 선큰가든을 몇 개의 구분되는 공간으로 구획하여 정의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선큰가든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고, 깊게 파내려 간 지하옹벽을 지지하는 구조물이다.

다양한 기능 모두가 존중되고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야하는 복잡한 집이나 그 속에서 편안한 일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건축가의 몫이었다.

글 권문성 / atelier17
2002. 1. 18.